연금저축에서 ETF 팔면 세금은 언제 붙나

연금저축계좌에서 ETF를 팔았습니다. 수익이 300만원쯤 났으니 배당소득세 15.4%가 빠져 있겠거니 하고 거래내역을 열어 봅니다. 그런데 세금 항목이 아예 없습니다. 매도 대금이 통째로 예수금에 들어와 있습니다.

오류가 아닙니다. 연금저축계좌 안에서는 ETF를 사고팔 때 세금을 떼지 않습니다. 대신 그 세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나중에 돈을 계좌 밖으로 꺼낼 때 한꺼번에 정산됩니다. 이 시차를 모르고 있으면 “세금이 없는 계좌”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매도할 때 세금이 없는 게 아니라 미뤄지는 것입니다

일반 증권 계좌에서 국내 상장 해외 ETF나 채권형 ETF를 팔면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가 그 자리에서 빠집니다. 분배금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금저축계좌는 이 과정을 건너뜁니다. 매도 차익도, 분배금도 세금 없이 계좌 안에 그대로 쌓입니다. 이걸 과세이연이라고 합니다.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게 아니라 뒤로 미뤄 주는 것입니다.

구분일반 계좌연금저축계좌
ETF 매도 시배당소득세 15.4% 즉시 과세과세 없음
분배금 수령 시배당소득세 15.4% 즉시 과세과세 없음
세금 내는 시점그때그때계좌에서 돈을 뺄 때
금융소득 종합과세합산합산 안 됨

미뤄 준다는 게 왜 이득인지는 복리로 설명됩니다. 15.4%를 떼고 남은 돈으로 재투자하는 것과, 안 떼고 전액으로 재투자하는 것의 차이가 20년쯤 누적되면 꽤 벌어집니다. 리밸런싱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이 차이가 커집니다. 일반 계좌에서는 갈아탈 때마다 세금이 나가지만, 연금계좌에서는 몇 번을 갈아타도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두-서류를-비교하는-손

세금은 돈을 뺄 때 붙습니다

미뤄 둔 세금은 인출 시점에 계산됩니다. 여기서 세율이 두 갈래로 크게 달라집니다.

어떻게 받나세율조건
연금으로 수령연금소득세 3.3~5.5%만 55세 이상 + 가입 5년 경과
+ 연금수령한도 이내
연금 외 수령
(중도 인출·일시금)
기타소득세 16.5%위 조건을 못 채웠을 때
지방소득세 포함 세율

연금소득세율은 받기 시작하는 나이에 따라 또 나뉩니다. 만 55~69세는 5.5%, 70~79세는 4.4%, 80세 이상은 3.3%입니다. 늦게 받을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일반 계좌였다면 15.4%를 낼 자리에서 5.5%만 내는 것이니, 미뤄 준 세금이 미뤄지면서 깎이기까지 하는 셈입니다. 세액공제까지 감안하면 연금계좌를 쓰는 이유가 여기 다 들어 있습니다.

반대로 조건을 못 채우고 빼면 16.5%입니다. 일반 계좌의 15.4%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중도 인출이 불리한 이유가 이것이고, 그래서 연금계좌에 넣을 돈과 당장 쓸 돈을 처음부터 구분해 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금수령한도라는 또 하나의 조건

만 55세가 넘고 5년을 채웠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빼도 되는 건 아닙니다. 한 해에 낮은 세율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이 있습니다.

계산식은 (연금계좌 평가액 ÷ (11 − 연금수령연차)) × 120%입니다. 첫 해에는 대략 평가액의 12% 남짓, 해가 갈수록 비율이 올라갑니다. 이 한도를 넘겨서 받으면 초과분에는 기타소득세 16.5%가 붙습니다. 1억원짜리 계좌에서 첫 해에 5,000만원을 빼면 상당 부분이 16.5% 구간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연 1,5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는 종합과세와 16.5% 분리과세 중에서 선택하게 됩니다. 연금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인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TF를 팔아도 돈은 계좌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연금저축계좌에서 ETF를 매도하면 그 돈은 계좌 안 예수금이 됩니다. 내 은행 통장으로 자동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그 예수금을 실제로 쓰려면 인출이라는 별개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순간 앞에서 본 세율이 적용됩니다. 즉 “ETF 매도”와 “돈 빼기”는 완전히 다른 행위입니다.

그래서 계좌 안에서 종목을 갈아타는 것은 아무 부담이 없습니다. A ETF를 팔고 B ETF를 사는 리밸런싱은 세금 이벤트가 아닙니다. 조정 국면에 현금 비중을 늘려 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좌 안에 머무르는 한 세금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노부부의-연금-계획

인출 순서가 세금을 결정합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중도 인출을 해야 한다면, 무조건 16.5%를 내는 건 아닙니다. 연금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는 납세자에게 유리한 순서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순서무엇이 먼저 나가나세금
1과세제외금액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
없음
2이연퇴직소득
(퇴직금을 옮겨 둔 부분)
퇴직소득세의 70%(또는 60%)
3세액공제 받은 원금 + 운용수익연금 3.3~5.5% / 연금 외 16.5%

1번이 핵심입니다. 연금저축 납입 한도는 연 1,800만원인데 세액공제는 600만원(IRP 포함 900만원)까지만 됩니다. 한도를 넘겨 넣은 금액은 세액공제를 못 받은 대신 언제 빼도 세금이 없습니다.

매년 1,800만원씩 넣어 온 사람이라면 이 과세제외금액이 상당히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중도 인출을 결정하기 전에 증권사에 과세제외금액이 얼마인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 범위 안에서 빼면 16.5%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긴 경우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옮긴 금액 중 세액공제를 받은 부분(최대 300만원)만 과세 대상이고 나머지는 과세제외금액이 됩니다. 이 구조는 ISA 만기 자금 연금저축 이전, 60일 넘기면 300만원이 날아갑니다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연금저축 ETF에는 제약도 있습니다

세금이 유리한 만큼 굴릴 수 있는 대상은 좁습니다. 계좌를 열기 전에 알아 둘 제약이 몇 가지 있습니다.

  • 국내 상장 ETF만 살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된 ETF는 매수할 수 없습니다. S&P 500이나 나스닥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에 상장된 추종 ETF를 사야 합니다.
  •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담을 수 없습니다.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비중이 높은 상품은 연금계좌에서 제외됩니다.
  • 중도 인출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연금저축은 IRP보다는 유연하지만, 앞서 본 세율 문제가 그대로 걸립니다.
  • 계좌 이전은 가능합니다. 수수료가 비싸거나 상품이 부족하면 다른 금융사로 연금저축 계좌를 통째로 옮길 수 있고, 이때는 인출로 보지 않아 세금이 없습니다.

ETF 이름만 보고는 국내 상장인지 파생형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 읽는 법은 암호 같은 ETF 이름, 1분 만에 해석하는 법에 정리해 뒀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

연금저축계좌에서 ETF를 굴리고 있다면 두 가지만 확인해 두시면 됩니다.

하나는 본인 계좌의 과세제외금액입니다. 증권사 앱의 연금 상세나 고객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이 금액이 급할 때 세금 없이 뺄 수 있는 한도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가입일입니다. 5년 요건이 언제 채워지는지 알아야 만 55세가 됐을 때 바로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좌 안에서 종목을 바꾸는 일에 대해서는 세금 걱정을 접어 두셔도 됩니다. 자산 배분이 흐트러졌다고 판단되면 세금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는 계좌입니다. 나이대별로 어떤 구성이 맞는지는 나에게 맞는 ETF, 나이에 따라 선택이 달라야 한다고?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율과 인출 요건은 개인의 가입 시점·소득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인출 전 가입 금융사와 국세청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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